수수료 싹둑 '반값 중개소' 확산… 협회도 '인하 카드' 만지작

입력 2017-10-30 17:38  

집토스 등 스타트업 선전
기존 업소도 수수료 인하 바람
강남까지 '반값 중개소' 등장

협회 "중개보수 로드맵 작성 중"



[ 김진수/김형규 기자 ] 부동산 중개 보수(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중개업소가 자발적으로 수수료 인하에 나섰다. 온·오프라인 연계(O2O) 부동산 거래 서비스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등도 저렴한 중개 수수료를 앞다퉈 내세우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역시 중장기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공인중개사협회가 자발적으로 수수료 조정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개 수수료 인하 움직임 확산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중개업체인 바니조아(vanizoa)는 반값 수수료를 받을 가맹 중개업소를 모집하고 있다. 이 프랜차이즈는 이미 개포동 개포우성8차 등 서울 강남권 일부 단지에서 반값 수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9월 개포우성8차 전용 99㎡의 실거래가격은 11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법정 중개 수수료 상한(매매가격의 0.9%)은 1026만원이지만 절반 이하인 456만원만 받기로 했다. 같은 면적의 전세(5억7000만원) 수수료도 법정 상한(228만원)의 절반인 114만원만 받기로 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홍보전단을 아파트 게시판에 게재했다. 중개 서비스 업체 부동산다이어트는 중개 수수료율을 거래액의 0.3%로 고정했다. 법적으로는 거래가액에 따라 0.4~0.9%까지고 6억원 이상은 0.9% 내에서 협의 가능하다.

스타트업인 집토스는 집주인과 세입자 중 집주인에게만 중개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전·월세 계약을 중개한다. 공짜방 우리방 등도 수수료 할인을 내세운 스타트업이다. 이들 업체는 주로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수요자와 만나 수수료를 낮춘다.

수수료를 깎아주는 변호사도 나왔다. 변호사 부동산 서비스인 트러스트는 3억원 미만 거래 자문 수수료는 45만원, 3억원 이상은 99만원을 적용하고 있다. 기존 중개업소와 이들 수수료 할인 업체 간 경쟁과 갈등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공인중개사에게만 허용된 중개업무를 변호사가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트러스트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개업소가 중개시장에서 생존하려면 단순 중개 서비스 경쟁을 넘어 세무 법률 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강남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 중개업소가 매물을 경쟁업체보다 빨리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며 “전문성으로 차별화하지 않는 한 스타트업과 경쟁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인하 가능성”

2013년 하반기부터 서울·수도권 매매가격과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실수요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해 공인중개사협회도 일부 부동산의 수수료 인하 가능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공인중개사협회는 7월 국토교통부에 ‘중개보수 선진화 관련 공문’을 보냈다. 내년 3월 연구 용역에 들어가는 것을 시작으로 2년간 중개 보수 선진화 로드맵을 작성하는 내용이다. 협회 관계자는 “사회적 압력이 있다면 합리적으로 수수료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일부 계층에 한해 중개 수수료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저소득층의 주거용 건물이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인 상업용 건물 거래에 대해선 수수료를 조정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도 “협회 측에서 먼저 (수수료)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업무 협의를 통해 현실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상가 등 투자성 자산에 대해선 중개 수수료 상한선을 없애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수수료를 시장에 맡기겠다는 취지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도 상한선 이내에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시장 원리에 의해 가격 경쟁이 도입된다면 서비스 질에 따라 중개 수수료를 정할 수 있어 인상·인하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수/김형규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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